2000년대 초반
대한민국에 가정용 PC의 보급과 ADSL의 상륙으로
모뎀과는 판이다른 인터넷 문화는 비교도 안될정도로 빠르게 성장하였고,
그 태동시기, 어쩌면 게임보다 더 많은 지분을 차지했던
이제는 생소한 엽기라는 카테고리에 대해 잠깐 써볼까 합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 됐는지도 모를 엽기 붐은
당시 인터넷 문화 정중앙에 뿌리깊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 문화를 선도하던 플래시 애니메이션은 종류만 해도 수백가지가 넘었는데,
졸라맨, 엽기토끼, 홍스구락부 등
전부 기억은 안나지만 정말로 많았습니다.
유명 플래시들은 대중적으로도 인기가 매우 뛰어나,
캐릭터 상품으로도 많이 출시가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이것들을 한대모아 정리를 해놓은 사이트들이 대거 등장 하였고,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며 여러개의 대형 엽기 사이트들이 생성 되었습니다.
개중에는 플래시보단 합성사진을 메인으로 삼는곳도 있었습니다만,
대부분의 입문은 졸라맨으로 하였기에..
어찌됐든 플래시 애니메이션은 반드시 있어야만하는 필수요소 였습니다.
당대 청소년들의 최고의 오락거리 였던 플래시 애니메이션 졸라맨 시리즈는
오리지날 졸라맨을 제외하고, 태자의 겟타맨과 북서니의 찔러를 필두로 수백가지의 캐릭터들이
그 세계관을 공유하며, 수많은 작품들이 만들어 졌습니다.
마치 현재의 마블 유니버스를 보는듯한...
가장 활발히 돌아갔던 엽기하우스는 실력있고 가능성 있는 작가들의 게시판을 따로 만들어 줌으로써,
이러한 체계적인 관리로 당시 존재했던 모든 엽기 사이트들을 찍어 누르며 독주를 시작 했습니다.
현재 네이버의 도전 웹툰작가의 선조격인 시스템이라 보면 되겠습니다.
거기에 혜성같이 등장한 오인용은 엽기 붐의 최전성기를 이끌어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족구왕 똘배, 추억의 책장, 폭력 교실, 이제는 흑역사가 된 연예인 지옥 등
수많은 명작들이 줄을 이었지만
인기의 비결은 당시엔 상상도 못했던, 시대를 앞서간 자극적인 더빙들이 아닐까 합니다.
쌍욕은 기본이거니와, 피칠갑이 되는 폭력씬..
오인용 성대모사 3개 이상 못하면 제대로 어울리지도 못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사실 앞서 소개한 이 모든것들은 초석에 불과 했습니다.
단지 웃고 싶었을 뿐이던... 그러한 우리들에게 다가온 붉은색 카테고리...
구석 한켠에 조용히 자리잡고 있던 그 곳은
모든 컨텐츠를 소모한 뒤, 더 이상 사이트 내에서 볼게 없어지고 나서야 눈에 띄게 됩니다.
생각해 보면 원래부터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손이 가지 않았던..
그렇지만 한 번 들어가면 두 번 다신 빠져 나오지 못한, 호기심으로 들어가본 그 곳엔
낙원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저만 그런거 아니잖아요... 모두 고백 합시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부터 엽기 붐은 차차 식어가,
그 대단했던 엽기하우스도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엽기는 이제 과거의 유물이 되었고, 유머와 커뮤니티가 그 자리에 대체 되는데,
현재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엽기 사이트보다 몇 단계는 넥스트 문화인 커뮤니티 사이트들은
기존의 것들이 가지고 있던 가장 큰 단점인
'소통없이 주인장 혼자 꼴리는대로 느릿느릿하게 업데이트 한다'는 답답한 일방통행에서 벗어나,
실시간으로 서로의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매력에 사람들이 빠져든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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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를 보다 우연치 않게 오인용팀의 최신작들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과거에 오인용을 처음 접했을때 만큼은 아니였지만, 나름 재미는 있고,
무엇보다 아직도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는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그냥... 갑자기.. 이걸보니 옛날 생각도 나고해서 한 번 포스팅 해봤는데...
예전부터 느꼈지만 뭔가... 오인용팀이 여캐는 정말 잘 뽑는거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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